유독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남루한 차림으로 점심시간에도 식당 앞에 서 본 것 같은 노인이 저녁에도 그 자리다. 그럴 때가 있다. 난생 처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식사는 하셨는지, 하루종일 왜 여기 계시는지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저녁백반값이라도, 댁으로의 안내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럴 작정이었다. 벌써 뿌듯해지기 시작했다. 선의가 꼭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면 어떠랴. 내 맘 좋자고,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기 위해서면 어때. 결과가 선의면 되는 것 아니겠나. 나도 기분 좋고. 작으나마 필요한 도움을 받으신다면 이 분도 나쁠 건 없잖아. 물론 기분 상하시지 않게 정중하게 말이지. 최대한 선한 표정과 부드럽고 정중한 음성으로 말을 건내려는 그 때, 가게문이 열리고 식당 사장님이 노인의 팔을 잡아끈다. ..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도 불구하고 상쾌한 기분이 드는 때가 있다 잘 잤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밤이 찰나로 지나간 아침. 늘 횡단보도에 서면 지나가던 버스도 왠일인지 택시마냥 기다려주는, 알바가 힘든건지 일이 싫은건지 세상 모든 인상은 혼자 구기던 카페 알바마저 환하게 웃어주는 그런 날. 일조차 걱정했던 것보다 술술 풀려 미뤘던 숙제까지도 하나씩 정리되어 가던, 오늘 내가 기분 좋은건지 아닌지 생각조차 하지 않던 그 순간, 이대로 평화롭게 퇴근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꿈꾸던 그 때. 오늘은 기분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한 개도 기분 좋을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쓸데없이 일찍 일어났고, 잔 건지 누웠다 일어났는지 모를 아침부터 버스를 타기위해 뛰어야 했다. 평소 ..

현위치에서 293미터. 이 정도면 아무리 담배에 찌든 폐와 반개의 심장을 가졌더라도 올라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동네뒷산치고 조금 높은 감은 있으나 이 정도면 익스큐즈 되는 수준아닌가. 이야, 여기에도 등산복을 입고 오시는 분들이 있으시네. 고작 293미터인데. 청계산으로 가시지... 호기롭게 등산 산책을 시작. 아니 저기요. 293미터 라면서요. 그래도 조금 올라온 거 같은데 745라니요? 745미터면 팀으로 등산대 조직해서 와야 하는거 아니냐고요. 막 베이스캠프도 꾸리고, 네파가서 바리바리 장비사고...엄홍길 대장님께 조언도 구하고...응? 장대했던 동네뒷산 산책계획은 그렇게 없던것으로. 모든것이 보기보다 높이 있나보다.
오랜만에. 오랜만에 들어도 좋은 노래. 그러니까 습관만 바꾸면 된다는거지. do easy.
딱 10분 늦었어. 미리 카톡도 남겼구. 아냐. 일찍 시간 맞춰 나왔어. 근데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은거야. 오랜만에 데이트라 예쁘게 입고 나왔거든. 낑겨타면 옷도 구겨지고 화장도 번지고 그래서 다음거 탔지.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했는데 하루종일 퉁명스럽게 대하더라고. 어디 가자 그래도 시큰둥해하고 전에는 맛집 잘도 예약해놓더만. 어. 니가 잘못했네. 아니, 눈치가 없네. 널 좋아는하겠지. 당장 이별까지는 생각 안 할수도 있어. 아닌가, 해봤을려나? 아 막연하게는 생각했겠네. 단지 큰 명분이 없거나 대안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걸거야. 그럴 때 새로운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이제 저울질 할테고. 니 무게는 아마 깃털보다 조금 무거운? 결국 까고 환승하거나 환승역에 못 내리고 엄한데 내리느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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