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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 있다.
남루한 차림으로 점심시간에도 식당 앞에 서 본 것 같은 노인이 저녁에도 그 자리다.
그럴 때가 있다. 난생 처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식사는 하셨는지, 하루종일 왜 여기 계시는지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저녁백반값이라도, 댁으로의 안내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럴 작정이었다.
벌써 뿌듯해지기 시작했다. 선의가 꼭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면 어떠랴.
내 맘 좋자고,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기 위해서면 어때. 결과가 선의면 되는 것 아니겠나.
나도 기분 좋고. 작으나마 필요한 도움을 받으신다면 이 분도 나쁠 건 없잖아.
물론 기분 상하시지 않게 정중하게 말이지.
최대한 선한 표정과 부드럽고 정중한 음성으로 말을 건내려는 그 때,
가게문이 열리고 식당 사장님이 노인의 팔을 잡아끈다.
여보, 식사하세요. 사장님 남편분 이셨네요.
하마터면 이사가야 할 뻔 했네요.
아, 사장님 남편 분 옷 좀 사주세요.
아님 고무신이라도 못 신게 하시든가요.
그럴 때가 있다.
그런 기분일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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