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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내가 죽거든...

Kitch 2019. 10. 16. 17:19

본인 사망 시 전 재산의 50%는 조카에게 상속하며 나머지 50%는 아래 유언을 이행할 시 각 10%를 지급한다.

 

K에게-

먼저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즉시 우리집으로 가줘. 내 방에 컴퓨터가 있을거야.

포멧같은거 하지 말고 하드디스크를 불에 태워버려. 책상 둘 째 서랍은 잠겨있을거야.

열어볼 생각하지말고 서랍 채 어디 야산에 묻어줘. 열어보지마. 우리 좋은 기억으로 남자.

 

J에게-

내 핸드폰 잠금패턴 당신이랑 같아. M번호 있을거야. 단축번호 18번이야.

울면 위로해주고 집에 데려다줘. 맨질맨질한 얼굴이면 육개장도 주지마. 

혹시라도 안 오면 핸드폰에 메모장 있을거야. 응, 내가 미리 욕을 좀 써놨어. 그거 문자로 보내줘.

미리 읽어본다면 보내기 망설여질거야, 심하지? 괜찮아. 사망자 명의라 아무도 몰라.

 

S에게-

사무실 컴퓨터 바탕화면에 '뿌린대로 거두리라.xlsm'파일이 있을거야.

그 동안 경조사 내역을 정리해봤어. 전화번호가 있으니 문자를 보내줘. 양식은

'당신의 결혼식에 축하금 10만원 했던 ㅇㅇㅇ님 부고소식을 드립니다' 이렇게 하면 될거야.

고마워. 아무래도 조의금을 당신이 받을거 같은데 삥땅은 치지 말고.

 

H에게-

이 시키들 우승하는거 못 보고 먼저 간다. 당신 오래 살아서 꼭 우승하는 거 보고 와.

술도 좀 줄이고 담배도 끊고 오래 살아. 운동도 좀 하고. 그래야 볼 수 있을거야. 

유광점퍼는 꼭 같이 화장해줘. 내가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 있으나 없으나 응원할테니.

 

L에게-

끝까지 묻어 두었던 진실을 전해야겠어.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당신이 가장 해맑아.

아무 생각없다는 뜻이야, 칭찬 아니니까 웃지말고 입 닫아.

K에게 내가 아는 머리숱 없는 사람들 중에 그나마 가장 낫다고 했던거. 내 주위에 대머리는 K가 유일해.

J에 자유연애를 응원한다고 했었는데. J를 핸드폰에 '쓰레기'라고 저장했어. 분리수거도 안될거라고 꼭 전해주고.

H는 야구장 좀 그만가라 그래. 그 사람 갈때마다 지더라고. 다른팀으로 갈아타면 더 좋고.

S에게 삥땅치지 말라고 했는데. 진담이야. 

 

그럼 모두 행복하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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